2017/10/18 19:20

냄새, 고요함






나는 몇몇의 고요한 시간과 장소를 알고 있다.


물 항아리, 여물바가지, 김장독, 털실로 뜨개질한 모자, 장롱 속, 얕은 동굴, 깍지 낀 두 손바닥 사이, 호두 껍데기를 쏠아서 섬세한 구멍을 뚫은 벌레의 입 속, 작은 손가방, 암톨쩌귀 안으로 머뭇머뭇 들어가는 수톨쩌귀, 마지막 열차의 유리창에 어린 습기가 뭉쳐서 흘러내리는 자국. 고요해라. 한껏 고요해라. 그러한 때에 나는 나의 이명조차 잊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어도, 이명마저 비껴서 있는 아늑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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