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2 03:27

내일, 내일 _ 유희경







둘이서 마주 앉아, 잘못 배달된 도시락처럼 말없이,
서로의 눈썹을 향하여 손가락을, 이마를, 흐트러져 뚜
렷해지지 않는 그림자를, 나란히 놓아둔 채 흐르는

우리는 빗방울만큼 떨어져 있다 오른뺨에 왼손을
대고 싶어져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둘이 앉아 있
는 사정이 창문에 어려 있다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
生前의 감정 이런 일은 헐거운 장갑 같아서 나는 사
랑하고 당신은 말이 없다

더 갈 수 없는 오늘을 편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다 손
끝으로 당신을 둘러싼 것들만 더듬는다 말을 하기 직
전의 입술은 다룰 줄 모르는 악기 같은 것 마주 앉은
당신에게 풀려나간, 돌아오지 않는 고요를 쥐여 주고
싶어서

불가능한 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뒤
를 돌아볼 때까지 그 뒤를 뒤에서 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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