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3 13:24

풀잎 하프






전 곤경에 빠져 있지 않아요. 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면 그걸 제 곤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잠에서 깨면 누워서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지, 생각해요. 사냥, 운전, 어슬렁거리기. 그게 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하면 겁이 나요. 또 하나, 전 감정이 없어요. 여동생들에게 말고는요. 그건 좀 다르죠. 예를 들어볼게요. 전 록시티 출신의 한 여자애와 거의 1년이나 데이트했어요. 여자 하나를 그렇게 오래 사귄 적이 없었죠. 일주일 전이었나, 여자애가 뜬금없이 폭발해서 말하더라고요. 네 마음은 어디에 있니?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곧 죽어버리겠다고. 그래서 저는 차를 철로에 세웠어요. 음, 그랬죠. 여기 그냥 앉아 있자. 크레센트 열차가 20분 후면 지나갈 거야. 우리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죠. 저는 생각했어요. 내가 너를 바라보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면 끔찍한 게 아닐까. 느껴지는 거라곤 다만…….

그리고 여동생들이 자기 앞가림을 할 만큼 컸다면 크레센트 열차가 우리를 덮칠 때까지 기꺼이 기다렸을 거예요.

아까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고 하셨죠. 어째서 나는 그 애를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을까요? 그게 내가 바라던 것인데요. 나는 혼자선 아무 쓸모가 없어요. 어쩌면, 내가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좋아할 수만 있다면 계획을 세워서 실천할 수 있었을 거예요. 파슨스 플레이스 옆에 있는 땅 한 뙈기를 사서 거기 집을 지을 수 있겠죠. 내 마음이 차분해지기만 한다면 그렇게 했을 거예요.

바람이 나뭇잎을 놀라게 하고 종처럼 울리며 밤 구름을 갈랐다. 별빛 소나기가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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